공존과 평등의 언어-지역 차별
"정확성과 섬세성을 무시해 버리면 결국 고품격의 문화는 없어지고 만다." -이윤재 ‘말 속 인문학’ 중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수도의 집중도가 높은 나라가 있을까. 서울의 집중으로 모자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모든 것이 몰려 있다.
지방 분권을 수십 년 외쳐온 위정자들의 호언장담이 무색하다.
따라서 우리 언어생활에도 중앙집권적 우월주의, 서울과 지방을 수직적으로 보는 비민주적 사고를 반영하는 명칭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중 기관명들을 살펴보자.
법원, 검찰청의 경우 아주 권위적이다. 서울지방법원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지방검찰청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서울’과 ‘중앙’이 하나의 이름에 공존하고 있다. 서울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지방으로 봐야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므로 이 이름은 비민주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수직적 사고에서 나온 명칭으로 보인다. 국립서울박물관이나 국립한국박물관이 적당할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중앙 우월주의가 반영된 명칭이다.
모범 사례도 있다. 정부서울청사는 정부종합청사(1970년)에서 정부중앙청사(1999년)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다시 정부서울청사(2013년)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부세종청사로 부처 일부가 이전하고 남은 행정기관들이 모여 있는 기존의 ‘중앙청사’라는 권위적인 명칭을 피하고, 공공성을 감안해 국민에게 친숙한 명칭으로 다가가려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청사명칭제정위원회에서 결정했다. 그러므로 어떤 지역의 정부청사가 아닌 정부청사를 모두 지칭할 때는 ‘정부청사’ 또는 ‘정부청사들’이라고 지칭하면 된다.
비슷한 예로 ‘현충원’을 들 수 있다.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나란히 이름을 지었다.
공공기관의 이름을 지을 땐 각별히 민주적으로 수평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인 지역 차별의 문제를 극복하는 한 방안이기도 하다.
-세상을 바꾸는 언어(양정철) 인용˙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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