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0일 차
쇼핑 못해 아쉬웠던 프랑크푸르트 일요일
바르셀로나에서 프랑크푸르트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장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흘러나온다. 딸이 "엄마 몽블랑이래, 창밖을 내려다보세요" 한다. 창쪽에 앉은 나는 팸플릿에 찍힌 에스프레소머신에 정신이 팔려 있어 창밖을 못 보고 있었다.
'이 에소 기기 사갈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한눈에도 좋은 건데 엄청 저렴하다.' 아쉬워서 마른침만 바르고 있었다.
다행히 친절한 기장 덕분에 광활한 몽블랑의 자태를 안 놓치고 볼 수 있었다. 장엄하면서 기품이 있다고 할까. 알프스 중 가장 높은 몽블랑, 또 다른 감동이다.
두 번째 찾은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져 우리는 긴팔 옷을 꺼내 입었다. 역시 우리 딸은 원피스, 나는 청바지에 카디건.
한나절 만에 걸어서 마인강 유람선 타 보는 것 빼곤 다 둘러봤다. 시청, 뢰머광장, 대성당, 재래시장, 괴테하우스, 유로타워까지. 볼거리가 도보로 1시간 거리 내에 모여 있다. 도시가 니스나 바르셀로나에 비해 깔끔해 걷기 좋다. 니스와 달리 청소차가 수시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우릴 태우고 온 '날강도' 운전사(택시비 30유로면 충분하다 해놓고 45유로를 눈을 부라리며 반 협박해 챙겨갔다)가 망쳐놓은 기분을 뢰머광장에서 대학생 같은 아가씨가 풀어주었다. 종이신문에 우리 모녀 사진을 톱으로 올려놓고 그 신문을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딸이 2유로를 팁으로 주니 수줍게 웃으며 받는다.
명품 거리에 있는 숙소 스카이라운지에서 와인과 맥주, 간단한 안줏거리로 밤을 보내고, 프랑크푸르트 둘째 날은 남은 유로 몽땅 쓰고 가려고 쇼핑 목록을 죽 올려놨다. 아뿔싸~ 담날이 일요일이네. 도시 전체가 일요일은 휴무다. 쇼핑몰은 물론이고 마트와 약국, 전날 열려 있던 김밥 가게까지. 어제 김밥 집 앞에 줄을 선 독일인들이 신기해서 한참 보다 오늘 들러 먹어 보려고 했다.
멘붕이 온 우리 모녀는 전날 본 곳을 인파 없을 때 천천히 다시 둘러보며 시청 앞 레스토랑이 문 열길 기다렸다. 도시에서 제일 중심가인데도 일요일이라 문 연 곳이 몇 집 없다.
친절한 웨이터의 권유에 슈바인스학세, 브라트부르스트, 감자튀김 시켜 맥주(종류는 모르겠다)와 천천히 음미했다, 쇼핑 못하는 쓰린 맘이 달래지지 않는다. 음식은 짜다 ㅎㅎ
괴테의 집에서 책들을 한참을 뒤적이고(독일어 모른다) 괴테의 정원에서 서성거리다 유로타워 앞에서 낮은 구름 짙게 깔린 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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