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차 오후-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
숙소에서 나와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카탈루냐 광장까지 걷기로 한다.
몇 사람이 나란히 걷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피카소 미술관이 보인다. 귀족들의 저택 5곳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다. 규모가 상당하다. 3500점이 넘는 피카소의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피카소 유년기 습작부터 스케치, 회화, 조각, 공예, 도자 등이 망라되어 있다.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피카소가 말했다. 젊을 때 피카소의 그림은 사진처럼 정교하고 사실적인 것이 많다. 이후 단순하고 본질만 남긴 그림들, 우리가 떠올리는 어린아이 그림 같은 것들로 나아간다. 큐비즘(입체주의)의 거장, 피카소의 인생이 이 미술관에 시대별로 쭉 전시되어 있다. 헉~ 그의 여성 편력은 의외여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전시된 작품 관람에 눈이 피로해져 지쳐 떨어질 때쯤 딸을 재촉해 거리로 나온다.
골목길 끝에 수제 에스파듀 샌들을 파는 자그마한 상점이 눈길을 끈다. 젊고 아름다운 점원들이 핸드 메이드라고 열심히 설명하며 내 작은 발에 맞는 샌들을 몇 가지 권한다. 제일 편한 통굽으로 선택했다. 에스파듀는 브랜드 이름이 아니고, 밑창은 삼베를 엮어 만들고 발목에 끈을 감아서 고정하는 신발 종류라고 딸이 얘기한다.
'아, 우리 짚신도 잘 발전했으면 훌륭한 핸드 메이드 신발이 됐을 텐데...'
오후엔 비둘기 떼 피해서 카탈루냐 광장(비둘기들 탓에 광장 중앙으로 나아가지도 못함.) 옆 엘코르테잉글레스 백화점 9층으로 올라갔다. 푸드코트가 있는데 뷰가 엄청나다. 스파게티(맛없음)랑 음료를 셀프로 주문하고, 전망 좋은 자리 나길 끈기 있게 기다린다. 이쯤이야 한국서도 늘 하던 뷰 명당 차지하기 ㅎㅎ
창밖 바르셀로나 전경 동영상으로 담고, 셀카 찍고, 다른 관광객들에게 자리 양보하기~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는 프리오랏 와인 한 병 겨우 찾아 사들고 헤헤거리며 나왔다.
쇼핑 거리에선 건진 게 없다. 국내보다 싸다는 ‘자라’ 매장을 두 번이나 들렀지만 맘에 드는 옷이 없었다. 밤거리를 쏘다니며 이 매장 저 매장 둘러보는 데 만족했다. 여유롭고 한가롭다 바셀의 밤~
숙소 근처 작은 쇼핑몰에서 딸은 오리 가면 겟~ 한국 가면 이번 핼로윈 때 쓴다나.
하루종일 족히 3만 보를 걸었다. 과일을 먹고 싶어 하는 딸과 함께 마트에서 납작복숭아를 찾아봤으나 다 팔리고 없다. 다른 마트도 마찬가지. 납작복숭아 철이 지나가나 보다. 여름이 끝나가나 보다.
숙소 근처 스타벅스에 가니 아니나 다를까, 컵과일이 떡하니 진열대에 놓여 있다. 안주로 사들고 나온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은 와인과 컵과일로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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