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
"엄마 저거 알프스겠지?"
곤도르항공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눈과 구름 사이 장관을 뽐내는 산맥은 그래, 알프스다. 비행기가 낮게 날아서인지, 알프스가 높아서인지 검은 골짜기와 눈 덮인 하얀 봉우리가 맨눈으로 하나하나 다 눈에 들어온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스 남부 니스로 가면서 본 감격스러운 장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드넓은 니스 바닷가가 도시에 바짝 붙어 있다. 착륙하기 전 카메라에 담느라 집중하는 사이 비행기가 엉덩방아 찧듯 쿵하고 내려앉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승객들은 화내거나 짜증 내긴커녕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조종사에 대한 야유인지, 격려인지 약간 헷갈린다.
유럽 사람들의 해학이랄까, 관용이랄까, 톨레랑스?
‘I LOVE NICE’
니스공항 측의 상술(불필요한 티켓을 비싼 값에 팔려는)에 우리는 공항 1 터미널에서 한참을 헤맸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2 터미널에 내려 니스 도심으로 가는 티켓(6회 10유로)을 끊었다. 상술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선 얼마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ㅠ ㅠ
사악한 숙박료에 니스에선 2박을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항공, 숙소 모두 똑똑한 딸이 예약해 뒀다, 얼마나 저렴하게 이용한 것인지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알게 됨)한다.
니스 도심 번화가 한가운데 숙소에 짐 던지듯 풀어두고 곧바로 바닷가로 향한다.
마세나 광장을 지나 공원을 지나 짙푸른 바다, 누드비치는 아니고 반쯤인 바닷가. 추석 연휴에 온 여행이지만 여기 프랑스 남부는 아직 여름의 끝자락이다.
어디서 오는지 니스항구가 종착지인 마라톤대회 선수들이 달린다. 한 명 한 명에게 시민들이 박수를 쳐준다. 꼬마들도 거리에서 꼴찌일지도 모르는 선수들에게 존경의 눈길을 보내고 손뼉 치며 따라 달리기도 한다.
왠지 찡하다. 서울선 못 느꼈던 인간에 대한 예의랄까, 삶의 여유 같은 게 느껴져서...
그나저나 주린 배가 아우성이다. 해변 음식점에 자리 잡고, 딸은 맥주, 나는 와인에 홍합탕과 연어샐러드, 감자튀김을 신나게 먹고 마신다.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딸이랑 장염기가 있는 나는 9박 11일 유럽여행 동안 밀가루 요리를 절제했다.
포만감 안고 그 유명한 니스 바닷가 영국인거리에서부터 캐슬힐 언덕 아래까지 길고 긴 해변을 걷고 또 걷는다.
딸은 5벌의 원피스를 챙겨 왔다. '옷 신경 써서 챙기라고 말 좀 해주지, 난 반팔 티에 반바지, 카디건이 전부다.' 뱃살 탓에 딸내미 옷 입으면 우습꽝스럽고 ㅠ
덕분에 딸 사진만 질리도록 찍어준다. 물론 딸도 내 사진 엄청 찍어줬다. 하지만 그럼 뭐 해, 건질 게 없는데 ㅠㅠ
오마나, 첫 번째 유럽 여행지 파리에서 후각을 자극하던 냄새, 지린내가 난다.
니스 해변 뒤쪽 여기저기서 이 냄새가 올라온다. ‘프랑스는 유럽 땟놈’이라고 우스개로 말하던 남편이 생각난다. 아무튼 프랑스는 깨끗함, 깔끔함과는 담쌓은 나라다. 하지만 바닷물은 얼마나 투명한지, 그 빛깔이 하늘과 맞닿아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같다.
해변 끝까지 걸어갔다가 캐슬힐에서 내려다보는 해변이 제일 아름답다고 해 캐슬힐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타러 간다. 아뿔싸, 운행 시간이 끝났다. “아, 더 이상 걷는 건 무리다, 낼 시도하자.”
의견 일치 보고 꽃시장서 저녁 먹기로 한다.
낼은 딸이 남부 가이드투어를 계획해 놓아서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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