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차
아침부터 땡볕 아래 가우디투어 따라다니고, 오후엔 고딕지구 저녁투어까지. 2만 보를 훌쩍 넘기고서야 이 시각 숙소에서 녹다운~
외국을 가면 한국인들 뒤통수치는 건 한인들이라는 소문이 사실인가? 이 한인 민박 정말 형편없다. 집주인도 규정 탓에 임의로 고칠 수 없어 수백 년 된 건물을 그대로 임대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봤던 수백 년 된 엘리베이터 문이 겹으로 열리면 철창 같은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며 내려오고, 켜켜이 쌓인 먼지층이 눈앞에서 세월의 묵은 냄새를 풍긴다. 신기하다. 수백 년 전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는 사실이...
하지만 신기한 건 신기한 거고, 불편한 건 다른 문제다. 숙소 화장실이 방 안에 없는 것까지는 참을 만한데, 방 양옆으로 화장실이 붙어 있다.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아 숙박하는 다른 사람들 샤워 소리, 변기 소리에 한 잠도 못 잤다.
문고리를 만지자 허걱~고리가 툭 떨어진다. 젓가락으로 잠가놓았다. ㅠㅠ
여자 둘만 자는 방에 치안까지 불안하게 됐다. 이러고도 숙박료는 니스의 에어비앤비보다 더 비싸다. 건축물 규정과 집주인이 집에 손을 못 대게 해서라고 핑계인지 해명인지 하는데... 그럼 숙박료라도 싸게 책정하든지.
에어컨은 물론 없다. 건조해서인지 모기가 없어 삐거덕거리는 창문을 열고 화통 삶아 먹은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한인 민박 가면 정보도 얻고 좋을 거라며, 좋다는 댓글이 많아 이 숙소를 예약했다며, 딸이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여튼 한 잠도 못 잤다.
숙소의 힘 참 대단하지, 투어를 그렇게 열심히 다녔는데 잠 못 드는 이 밤에 기억이 안 난다.
가우디투어에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단연 압권이었지만, 구엘 공원도 놀라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안토니 가우디의 걸작 중 하나인데 가우디의 경제적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의 의뢰로 시작한 영국식 정원이다. 모자이크 장식 건축물들, 인공 석굴 등이 가우디가 좋아하던 곡선미를 뽐내고, 화려한 색감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금 부족으로 미완성인 것을 1922년에 시에서 사들여 공원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카르멜 언덕 위에 있어 오르막을 올라야 했다. 셔터를 많이 안 누를 수가 없다. 색감이 화려해서 사진이 이쁘게 나온다.
시내 중심가의 카사밀라와 카사바트요도 가우디의 대표작이자 얽힌 사연이 많은 저택들이다. 이 저택들은 앞으로 아침저녁으로 보게 된다.
밤엔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플라멩코 공연과 기타 공연을 봤다. 이 음악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외관과 내부가 아름답고 우아했다. 가우디의 스승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의 작품이다. 꽃의 천국쯤으로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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