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가치문제를 논의해 온 역사는 여러 해가 된다. 대표적인 초창기 논쟁이 양성평등과 관련한 문제일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면서 왜 남성은 Mr.라는 보편적 호칭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은 Miss와 Mrs.라는 혼인 여부를 가리는 표지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Ms라는 여성용 보편 호칭을 만들어냈다.
언어에는 역사적으로 물들어온 많은 감성과 가치관들이 배어 있다. 그 가운데 낡은 것, 구태의연하고 현재의 보편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 등을 바꾸어서 더 나은 가치관을 부여하는 것을 영어로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매춘’을 ‘성매매’로 바꾸어 사용하면 ‘여성’에게 지워져 있던 멍에가 ‘남성’에게도 책임을 부과하게 돼 의식이 전환된다.
한 번 붙여진 이름과 그에 따른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은 언어를 통해 표출되고 심화된다. 따라서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공적 언어는 더 공정해야 하고, 정확해야 하며, 정밀하고 섬세해져야 한다. 문제 있는 표현에 대한 고민도 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차별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언어 관행을 개선하면 결과적으로 민간 영역에도 선한 영향을 미쳐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게 된다.
1. 신체적 특성
1-1) 신체적 약점을 그대로 지칭하는 표현
상대와 마주하지 않거나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체장애를 직접 표현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유명인들이 한 번 말을 잘못해 비판과 곤욕을 치르는 사례는 늘 있어 왔다.
‘장애’라는 정보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 장애를 드러내면 중요한 것은 뒤로 밀리고 장애만 부각될 수 있다(‘→’표시는 바로잡았으면 하는 어휘나 의견).
예) 그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맹인 가수로 연말 한국을 찾는다. → 그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가수로 연말 한국을 찾는다.
*‘맹인’이라는 수식어를 빼도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지장이 없다. 앞부분에 시력을 잃었다는 말이 나온다.
예) 언청이 등 얼굴 기형 어린이와 성인 불우환자를 돕는 데 써 달라며 후원금을 보내왔다.
*요즘은 귀머거리(→청각 장애인), 벙어리( → 언어 장애인), 절름발이( → 지체장애인) 같은 어휘는 거의 쓰지 않는다. 다만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언청이’는 → ‘구순열’이라는 표현을 쓴다. '기형'은 → '이형(異形) '이라고 쓰는 것을 권장한다.
이 경우 표현을 바꾼다고 차별이 없어지거나 덜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듣는 이들이 그 표현으로 상처받거나 그 말을 싫어한다면 바꾸어 쓰는 배려가 필요하다.
예) 새 정부는 절름발이인 채로 출범할 수밖에 없다.
그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을 태우며 날을 지새웠다.
위 예는 비유적으로 사용된 장애 비하 표현이다.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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