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諮問)은 못 구한다
‘자문’은 ‘남의 의견을 묻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쓰여 왔다.
그리고 ‘자문 기관’이라는 것은 '어떤 조직체에서 집행기관이 집행할 일의 내용과 방법을 물어 보면 답하는 기관'이다. 자문 기관에서 대답하는 내용을 집행기관이 참고는 하지만 명령이나 강제성은 갖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자문 기관'의 의미에 전염이 되어서인지 '자문'이라는 단어 자체를 '질문에 응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자문을 구한다"는 말을 흔히 하고 있다.
이는 오용 표현의 대표적인 예로서, 자문을 하는 주체와 조언을 하는 주체가 맞바뀌게 되는 어이없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직장 상사나 손윗사람에게 "자문을 구하고자..."라고 한다면 아랫사람을 대하는 말투가 되어 말뜻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실례가 된다. '자문'에는 '묻다'의 의미가 내포된 것을 알고 써야 한다.
諮: ① 꾀(謀也) ② 묻다(問也)
問: ① 묻다(訊也) ② 문안하다(訪也) ③문초하다(訊罪) ④ 분부하다(命令)
"자문에 응한다"는 말은 쓸 수 있지만 "자문을 구한다"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문을 구해서"는 "조언을 구해서, 도움말을 청해서"라고 고쳐 써야 한다.
정부는 학계에 자문을 구하여 환경 보호 구역을 정하였다.×
정부는 학계에 자문하여 환경 보호 구역을 정하였다.○
정부는 학계에 조언을 구하여 환경 보호 구역을 정하였다.○
*풍지박산 풍지박살 / 풍비박산
'그 집안 풍지박살 났대.' ×
'그 집안 풍비박산 났대.' ○
'어젯밤 비바람에 창고가 풍지박산 나서 마당이 엉망이 되었어.' ×
'어젯밤 비바람에 창고가 풍비박산 나서 마당이 엉망이 되었어.' ○
풍비박산(風飛雹散): 바람이 불어 우박(雨雹)이 이리저리 흩어짐.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리거나 사방으로 날아 흩어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야밤도주 / 야반도주
'이웃집 순이네 며칠 전 야밤도주하고 아무도 없어.' ×
'이웃집 순이네 며칠 전 야반도주하고 아무도 없어.' ○
야밤(깊은 밤)을 틈타 도주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듯하지만 야반도주만 표준어로 삼고 있다. '야밤도주'는 야반도주의 잘못된 말이다.
야반도주(夜半逃走): 남의 눈을 피하여 한밤중에 도망함.=야간도주.
*성대묘사(聲帶描寫)와 성대모사(聲帶模寫)
'그 개그맨은 유명인들의 성대묘사를 잘해 좌중을 웃게 한다.' ×
'그 개그맨은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잘해 좌중을 웃게 한다.' ○
성대모사: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
성대묘사: 발음 기관인 성대를 그리거나 표현한 것.
*절대절명(絶對絶命) / 절체절명(絶體絶命)
절대절명의 순간이 왔다. ×
절체절명의 순간이 왔다. ○
'절대절명'은 절체절명의 잘못된 말이다.
절체절명(絶體絶命): 몸도 목숨도 다 되었다는 뜻으로, 어찌할 수 없는 궁박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빈소와 분향소
광화문광장에 그분의 빈소를 세워 시민들이 추모하도록 하였다. ×
광화문광장에 그분의 분향소를 세워 시민들이 추모하도록 하였다. ○
빈소(殯所):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 두는 방.
분향소(焚香所): 향을 피우면서 제사나 예불 의식 따위를 행하는 장소.
* 고인의 시신을 모신 곳이냐, 아니냐에 따라 빈소와 분향소로 구분함.
*재원과 재사
그 청년은 능력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재원이다. ×
그녀는 미모와 폭넓은 교양을 갖춘 재원이다. ○
그 청년은 능력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재자다. ○
재원(才媛):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 才媛은 젋은 여자에게만 쓰는 낱말이다.
재자(才子): 재주가 뛰어난 젊은 남자. 재사(才士): 재주가 뛰어난 남자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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